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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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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시냇가에 흐르는 사랑
2020-09-18 07:11:05
관리자
조회수   262

 2020년 09월09일  

  고향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 잎이 노랑 빨강으로 물들었다.

밀려오는 가을 바람에 색색(色色)의 잎들이 반가운 손짓으로 반긴다.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 햇살 아래 아버지가 홀로 시냇가의 돌을 한 개씩 날라와 한단 한단 다리(橋) 끝자락에 붙여 쌓아 올렸다.

새로이 생겨난 그 곳 자투리 땅에 뿌리를 내린 세 그루의 느티나무…… 23년 전 아버지가 당신의 회갑 기념으로 심은 것이다.

그리고 십여 년이나 지난 어느 가을날 “내가 가마이 생각해 본깨 이 세상 왔다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 기라. 그래가고(그래서) 이것들을 심은기다.

그라모 나중에 니들이 고향을 오감시로 이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또 내 생각도 한번씩 안하것나 싶어서……” 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느티나무의 내력을

알게 되었다.

 

  색색의 손 흔들며 반겨주는 느티나무를 지나 다리 위에 차를 잠시 멈추고, 개울물을 거슬러 내려다 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며 입술에 미소를 머금는다.

북쪽으로부터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냇물과 동쪽으로부터 마을을 둘러 흐르는 시냇물은 고향집 앞 지근거리(至近距離)에서 한 줄기로 어우러져 흘러간다.

힘을 더한 물은 길넓죽한 바위와 둥글넓적한 두 개의 너럭바위 사이로 떨어져 물웅덩이에 담긴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동네 형들을 비롯한 친구들이 함께 모여 물놀이를 즐기던 곳이다.

우리는 크고 작은 돌로 시냇물을 가로 막아 물 놀이터로 만들었다.

형들은 깊은 곳의 바닥까지 잠수하여 큰 돌을 빼내어 기초 물막이 돌을 놓았고, 나를 비롯한 어린 아이들은 얕은 곳에서 자갈을 주워 올려 물막이 돌 틈을 메워

놀이용 보()를 만들었다.

  

놀이터에 물이 가득 차오르면 우리는 냇가 옹벽 돌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허공에 걸린듯 가지를 뻗은 뽕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작은 물도랑길로 앞다투며

올랐다. 도랑에는 학습보()로부터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 내려오는 물은 내 키보다 다섯 배는 더 높아 보이는 물레방아 수차를 돌린다.

도랑길의 높이는 물 놀이터로부터 족히 5미터 이상 되어 보인다.

옹벽 위 뽕나무 옆 도랑길 가장자리에서 놀이터를 내려다 보니 오금이 저려 놀란 자라목이 되기를 몇 차례. 너럭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쉴새 없이 만들어 내는 하얀 포말이 물길 따라 흐르다가 점점 수그러들 듯 두려움이 줄어들면, 듬성 듬성 깃털 옷을 입은 원앙의 새끼들이 높은 나무 속 둥지에서 밖으로 나와 줄줄이 숲 바닥으로 뛰어 내리듯이, 우리는 보도랑 언덕에서 줄줄이 물 놀이터로 첨벙 첨벙 뛰어 내리기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계속한다.

입술 색이 한여름 잘 익은 오디처럼 변할 때까지 오돌오돌 떨면서 우리는 그렇게 물놀이를 즐겼다. 한기로 몸서리가 쳐질 때 즈음 태양 열기로 뜨겁게 달궈진 너럭바위에 널펀히 더러 누워 몸을 데우고 있노라면 뭉게구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자연 돌 침대 위에 귀를 바위에 대고 옆으로 누워 귀 속의 물을 빼내던 행복감이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놀던 넓디넓었던 너럭바위는 우리들이 커가는 만큼 계속 작아져 이젠 두어 평 남짓으로 보인다.

 

재영아, 아부지 드릴 쑥 물 좀 해온나.” 해 뜨기 전 산골의 가을 아침은 이불 속의 온기를 더 느끼고 싶을 때라 못 들은 척 누워 있으면, “영~아이, 쑥물 좀 찌온나!” 엄마의 두 번째 부름이 들려온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위장병으로 소화가 잘 안되거나 입맛이 없으면 봄 가을로 쑥 물을 마셨다.

이쯤 되면 엄마의 말을 거부할 수 없다.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나가 엄마가 챙겨주는 양푼 그릇과 작은 체를 들고 보도랑 길을 따라 너럭바위 근처로 향한다.

냇가 주변 소꼴을 벤 자리에 다시 돋아난 부드러운 가을 쑥을 손으로 금세 한 양푼 수북이 따 뜯어 모았다.

쑥 잎에 아롱 달려 햇살을 머금은 가을 이슬 방울은 수정처럼 맑고 차가웠다.

찬 이슬에 굳어진 손을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주먹만한 몽돌을 주워 시냇물에 깨끗이 닦는다.

너럭바위 한 켠을 물로 씻고 뜯어온 쑥을 한 움큼 집어 놓고 몽돌로 쿵쿵 찧기 시작한다.

쑥 잎이 몽돌에 으깨어져 쑥물 색이 짙어져 갈수록 내 몸도 데워져 간다. 체을 받히고 찧어 뭉친 쑥 덩어리를 두 손으로 꽉~ 짜면 녹갈색의 이슬쑥물이 여름철 양철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비처럼 주루룩 주루룩 소리를 내며 아침 햇살과 함께 양푼에 담긴다.

 

 “재호야, 저 앞에 심어놓은 느티나무에다가 기념식수 표지돌로 쓸라고 돌판을 하나 주어다 놨는데, 뭐라 쓰면 좋겠노?” “일단 제가 돌판 크기를 한 번 보고 올께요.” 느티나무 아래에 가 보니 폭이 약 40cm 길이 90cm 두께가 10cm쯤으로 보이는, 한쪽 귀퉁이가 약간 깨어지고, 표면이 매끈한 짙은 청녹색을 띄는 돌판이 나무 옆에 놓여 있었다.

돌판을 확인했으니 어떤 말을 쓰면 좋을지 한 번 생각해 본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로 올라왔다.

몇 일간의 생각 끝에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셨기에 “아버지, ‘서로 사랑하라’가 어때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라고 했더니, 잠시 후 “괜찮은 것 같다.”라고 했다.

  아버지가 준비한 돌판 위에 글귀를 어떻게 배치해서 새길까, 무슨 글씨로 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판본체 붓글씨로 내가 직접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버지가 심은 나무와 아들이 쓴 표지돌에 새겨진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 시냇물 흐르듯 대대로 이어져 ‘인생에서 영원히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마음 속 깊이 심겨지길 기도한다.

 

*어린 시절 나의 애칭이 “재영”이었다.

 

심재호 집사 [문화선교회]

댓글

관리자 2020-09-22 11:00:57
글씨가 너무 작아서 보기 힘들어요ㅠㅠ 글씨가 좀 더 크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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