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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용서
2020-08-10 14:28:55
성기옥
조회수   235

사랑과 용서

 

문화선교회  심재호 집사 

 

브라질 상파울루의 국제로타리클럽 청소년교환위원회를 통해 작년 8월부터 우리 집에 머물던 교환학생 에릭이 지난 주에 본국으로 돌아갔다. 남미 특유의 자유 분방한 생활에 익숙한 그 남학생은 출국 날짜가 다가 올 수록 더욱 열심히 밤 문화(?)를 즐기고자 했고, 친구 집에 간다는 핑계로 나이트클럽을 몇 번씩 들락거렸다. 그럴수록 나는 그의 귀가 시간을 더욱 철저하게 통제했다. 그런데 출국 몇 일 전 금요일 저녁 밤 열 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버스를 놓쳐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는 문자를 받았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바로 에릭에게 전화를 했으나 전원은 이미 꺼진 상태였다. 그래서 함께 있다는 친구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마찬가지로 전원은 이미 꺼져있었다. 새벽까지 두 학생에게 번갈아 가며 전화를 걸었으나 허사였다. 내 마음은 걱정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문자로 최후통첩을 했다.

너, 당장 짐 싸서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한글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도 “집에 들어오면 당장 짐 싸!”라고 이 번엔 영어로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답 문자가 들어왔다.

“Yes, I will do.” (네, 그렇게 할게요)

어처구니가 없는 대답이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한국어가 서툴러 귀국 준비를 위해 짐을 미리 싸 두라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었다.

전 날 밤부터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아내가 내게 일침을 가했다.

제발 좀, 길게 차분히 생각하면서 대해요! 아이들과 똑같이 하지 말고!”

아내의 말에 나는 용서란 무엇이며, 사랑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사랑은 나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을 향한 것인지를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져 왔다.  

 

나는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는 편이다.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이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내 자신을 위한 것인지 지금껏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아들에게 “사랑한다.” 라고 말하며 안아주고 휴대전화 문자로도 보내주고 있지만,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사랑한다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약 오 년 전의 일이지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부끄러울 뿐이다.

“PC방 가고 싶으면 분명히 허락 받고 가기로 지난 번에 약속 했잖아!”

내 손에는 이미 야구방망이가 들려 있었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은 한쪽 구석에 몰린 쥐처럼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너! 몇 대 맞을래?”라는 나의 물음에 아들은 얼어붙어 아무 말도 못했다.

나는 홧김에 “다섯 대, 다섯 대 맞아!”라고 그만 내 뱉아버리고 말았다.

순간 내 마음 속으로 후회를 하며 생각하기를 ‘이 놈 자식이 두 세대만 맞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 텐데……’ 내 말에 잠시 망설이던 아들이 “네!”라고 대답하는 순간 벌칙이 정해져 버렸다.

엎드려 바쳐!”

아들은 양팔로 거실 벽을 짚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딱!”하고 야구방망이가 소리가 울리자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라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비 꼬았다.

똑바로 대라! 손 앞으로 해! 안 그러면 팔 부러진다.”

딱!” 두 번째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아들은 울면서 몸을 더욱 심하게 꼬았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말렸지만 조금 전에 다섯 대를 맞기로 했으므로 나의 그 알량한 자존심은 벌칙을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나의 이런 모습이 너무 못나 보이고 싫게 느껴졌다. 결국 다섯 대의 채벌이 모두 가해졌다. 아들은 눈물을 훔치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한순간에 집안 분위기는 추운 겨울 아침 서릿발처럼 차갑고 날카롭게 변해버렸다. 한동안 멍하니 거실에 서있던 나는 타박상에 바르는 맨소래담을 손에 들고 아들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 한 번 보자!”

아들이 반쯤 내린 바지 아래로 숯불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보는 순간 내 가슴은 무너져 내렸고 눈물이 핑 돌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아픔이 퍼져 나왔다.

어이쿠 내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생각하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

많이 아프지?”라며 미안한 물음을 던졌다.

네”라고 대답한 아이의 입에서는 상처의 쓰라림에 “아~!”하고 외마디가 터져 나왔다.

너는 맞은 상처가 아프겠지만, 아빤 가슴이 너무 아프다. 넌 지금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네가 나중에 아빠가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오늘 이후로는 절대로 너를 때리지 않을 거야. 내 가슴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심장의 통증을 한 달 이상 계속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더 이상 체벌을 가하지 않게 되었다.

 

 브라질로 돌아간 에릭의 소식을 상파울루 청소년 교환위원회를 통해 들었는데 그 곳에서 특별한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친구들과 함께 모여 밤을 지새며 노는 남미의 문화를 먼저 알았더라면 서로의 행동에 대해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한 아이의 아빠로서 20년 째 살아오고 있고, 또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입으로는 예수님을 닮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지금껏 나를 향한 사랑 만 해온 것 같다. 그렇기에 꽁꽁 얼어붙은 내 마음에 용서라는 꽃은 고사하고 땅 속에 얼어 붙은 밤톨처럼 싹 눈도 틔우지 못한 것이다.

나의 용서와 사랑 그리고 인내가 자신을 향한 것인지 타인을 향한 것인지를 자문(自問)해 보니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만 붉어진다.

                                                                                                                                   

2020 년 8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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